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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된 블록체인에서 트랜잭션의 순서를 정하는 방식은 단순히 기술적 결정에 그치지 않고 체인의 보안성, 사용자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 효율성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블록체인이 ‘First Come, First Serve’, 즉 선착순(FCFS) 트랜잭션 처리 방식을 채택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MEV(Maximal Extractable Value)와 관련된 비효율과 구조적 한계를 야기했고, 결과적으로 체인에 불필요한 부하를 발생시키며 사용자 비용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아비트럼과 오프체인 랩스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이보다 더 나은 기술을 제공하고자 했고, 이러한 고민 끝에 타임부스트를 오랜 기간 고민하다 드디어 4월 18일, 메인넷에 이를 적용시켰습니다.
타임부스트의 ‘Express Lane’ 워크플로우를 그림으로 설명했습니다. 똑같은 시간에 트랜잭션을 보내더라도, 경매기반의 트랜잭션 우선권을 가진 Bob의 트랜잭션이 통과됩니다.
Timeboost는 기존의 선착순 방식이 초래하는 병목과 스팸 문제를 해결하고, MEV 수익을 체인이 직접 수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토콜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는데요, 핵심 아이디어는 ‘익스프레스 레인(Express Lane)’이라는 경매 기반 트랜잭션 우선권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비트럼은 이를 통해 트랜잭션을 통한 구조적인 수익화와 아비트럼 체인을 사용하는 유저의 트랜잭션 안정권 보호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고 있는데요! 우선 MEV가 무엇인지, FCFS 체인의 문제가 무엇인지 차근히 설명드리도록 할게요.
FCFS는 겉으로 보았을 때 좋아보이지만, MEV를 통해 순서를 빼앗기게 됩니다. 리테일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컨트를 방법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본인들의 트랜잭션에 대한 권리를 탈취당하기도 합니다.
MEV는 블록체인 내 특정 트랜잭션의 순서를 조작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블록체인에서 FCFS는 겉으로 보기엔 공정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트랜잭션 포함 우선권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는 순간부터 ‘누가 더 빨리 전송하느냐’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특히 DEX 환경에서 가격 차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MEV 추출자들이 빠르게 수십 개 이상의 트랜잭션을 동시에 보내며 스팸성 경쟁을 벌입니다. 이로 인해 네트워크 대역폭은 낭비되고, 블록 공간은 동일한 내용을 담은 트랜잭션들로 가득 차며, 일반 사용자는 전송 실패나 과도한 가스비를 겪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솔라나(Solana)에서 네트워크 과부하로 인해 트랜잭션이 누락되거나 블록 생성이 지연되는 사례에서도 드러난 바 있으며, OP 스택 체인들(Base, Optimism 등)은 이를 우회하기 위해 별도의 ‘Priority Fee’ 기반 모델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아비트럼은 이와 달리 FCFS 기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Timeboost의 작동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매우 전략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블록이 생성되기 전, 약 60초마다 돌아오는 하나의 라운드마다 ‘익스프레스 레인’이라는 우선순위 트랜잭션 슬롯을 경매에 부칩니다. 이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을 ‘검색자(Searcher)’라고 하며, 그중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검색자가 60초 간의 우선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 우선권은 단순히 블록마다 한 줄 먼저 들어가는 정도가 아닙니다. 해당 시간 동안, 매 블록 생성 시점마다 200밀리초 먼저 트랜잭션을 제출할 수 있는 ‘시간적 우위(Time Advantage)’를 가집니다. 검색자는 이 시간적 우위를 활용해 시장의 오라클 업데이트에 즉각 반응하거나, 토큰 출시 직후의 스니핑 전략, 유동성 풀 리밸런싱 등에서 경제적 기회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일반 사용자는 이 우선권을 가진 거래가 블록을 점유한 이후에 처리되지만, 그 과정에서 추가 피해를 입지는 않습니다.
이 구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아비트럼 DAO가 경매 수익을 직접 수취한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모든 MEV 기회가 추출자 개인에게 귀속되고, 체인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스팸만 떠안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익스프레스 레인의 가치를 체인이 직접 경매로 수익화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뀐 것입니다. 이는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MEV를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실험이자, L2 체인들이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첫 사례가 됩니다.
https://x.com/arbitrum/status/1806715411729092654
Timeboost가 단지 수익화만을 목표로 하는 구조였다면, 아마 많은 사용자가 이를 경계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진짜 강점은, MEV 수익화 구조를 설계하면서도 일반 사용자 보호를 매우 정교하게 고려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특히 그 핵심은 바로 ‘검색자(Searcher)’가 일반 사용자의 트랜잭션 내용을 사전에 볼 수 없도록 한 구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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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부스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오프체인랩스의 프로덕트 담당 0xderek님이 설명해주셨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봅시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에서 ‘프론트러닝’이라는 공격은 이렇게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용자가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큰 규모로 어떤 토큰을 매수하려고 합니다. 이 트랜잭션은 일단 ‘멤풀(Mempool)’이라는 공간에 저장됩니다. 멤풀은 블록이 생성되기 전에 트랜잭션들이 잠시 대기하는 공간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누구나 이 멤풀에 있는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어? 곧 이 토큰이 대량 매수되겠네?”라고 미리 알 수 있다면, 그보다 먼저 아주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럼 당연히 이 사람이 먼저 체결되겠죠? 이게 바로 ‘프론트러닝(Front-running)’입니다. 남의 거래를 보고 그 앞에 자신의 거래를 끼워 넣는 방식이죠.
문제는 이런 방식이 매우 흔하게 일어나고 있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거래를 넣었는데 가격이 이상하게 바뀌거나, 원치 않는 가격으로 체결되어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더 심한 경우는 ‘샌드위치 공격(Sandwich Attack)’인데요, 공격자가 누군가의 매수 거래 앞뒤로 자신의 매수·매도 거래를 끼워 넣어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렸다가 되돌리면서 수익을 챙기는 방식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명백히 피해를 입게 되죠.
그런데 Timeboost는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어떻게 하느냐? Timeboost에서 익스프레스 레인을 낙찰받은 검색자는, 아비트럼 멤풀에 있는 트랜잭션을 볼 수 없습니다. 즉, 남들이 어떤 거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미리 훔쳐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겁니다. 이 말은 곧, 프론트러닝이나 샌드위치 공격을 할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런 공격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트랜잭션 내용을 사전에 알아야만 할 수 있기 때문이죠.